211227 문과생 출신에게 한학기 미적분학 영어강의가 과연 좋은가?
[고등 이과 + 두 학기 미적분], [고등 이과 + 한 학기 미적분], [고등 문과 + 두 학기 미적분] 세 조합은 비교적 미적분 기본이 탄탄한 것 같은데, [고등 문과 + 한학기 미적분]은 확실히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미분적분학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는 핵심 원인은 영어&한학기 인데, 한 학기 수업은 잘 설계될 경우 효율적인 커리큘럼이지만 잘못될 경우 데미지가 너무 큰 방식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수업 내용 선별이 잘 된 한 학기 미적분 국강'은 거의 optimal한 수업이지만, '수업 내용 선별이 잘못된 한 학기 영강'은 자칫 3~4학년 시기의 전공공부까지 모두 망쳐버릴 수 있다.
1. 영어는 분명 필요하지만, 영어로 하는 전공공부의 출발점이 꼭 미적이어야 할까?
미적분을 원서로 공부하는 것이 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내 생각에 미분적분학 원서는 절대 쉽지 않다. 미적에서는 초중고 교과과정의 기본적인 수학 용어들이 엄청나게 나오는데, 그 많은 것들을 영어로 다 외워야 한다.
'근의 공식'을 모르는 신입생은 없지만 quadratic formula라고 하면 열에 여덟은 벙찐다. area를 '지역'이라고 읽다가 5초 뒤에 문맥이 어색한 걸 깨닫고 '넓이'로 바꿔서 이해하는 일도 부지기수고. slope를 봐도 '경사, 비탈'보다 '기울기'가 먼저 떠오를 때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적분 자체가 도구로써의 특성이 강하다보니 초중고 과학용어나 일상 용어들도 쏟아진다. acceleration due to gravity를 중력가속도라고 '독해' 없이 바로 읽어낼 신입생이 얼마나 있겠는가. insulation 관련한 예제 나오면 그 예제 하나를 이해하려고 gypsum wallboard니 sealant니 sheathing이니 하는 낯선 영단어를 5~10개씩 외워야 한다.
그런데 "앞 단원 내용들은 고등학교 때 다 배운거니 혼자 읽어볼 것. 전부 스킵!"해버리면 학생 입장에서는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진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 수학이 문제가 아니고 영어가 문제라서...
굳이 영어로 하는 전공공부의 출발점이 미적이어야 할까? 특히 Stewart나 Thomas 같은 북미 교재여야 할까? 다른 대체재는 없는가? 다행히도 요새 나오는 스튜어트 토마스 번역서들은 점점 번역 퀄리티가 좋아지는 것 같더라.
그리고 영어로 하는 전공공부의 출발점은 Friedberg, Gockenbach 같은 이론적인 선형대수가 더 좋을 것 같다. 영어가 쉬우니깐. 이론적인 선형대수로 시작하는 것의 공부량이 너무 많다면 경제수학 원서도 대체재로 좋지 않을까 싶고.
2. 한 학기 강의에서는 꼭 필요한 내용만 다뤄야지, 그저 2배속으로 나가는 건 좀...
회전체 부피, 회전체 겉넓이, 기본을 제외한 삼각함수 공식들, 쌍곡함수 공식들, 원통좌표계, 구면좌표계 같은 건 한학기 강의에서는 대부분 쳐내야 하지 않나? 통계학과 학생 대상의 한 학기 미적분 과목의 중간 시험 점수가 삼각함수 공식을 얼마나 많이 외웠는지, 회전체 관련한 문제를 빠르게 풀 수 있는지로 판가름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