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25 수업 개선 방향 자가 피드백
1. 주요 대학들을 다 커버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에 대하여
주요 대학들을 다 커버하다 보니 수험자의 입장에서는 입시 준비가 최적화되지 않아 비효율이 발생할 여지가 많고, 이로 인해 때론 내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들 때마저 있다. 학교별 경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수업에서 나름대로 거듭 설명하지만, 과연 이것만으로 충분한가라는 물음이 머릿 속을 끝없이 맴돈다.
예컨대 A 대학만 응시한 사람은 “수통 앞부분 뭘 이렇게 과하게 다뤘냐?”라고 생각할 수 있고, B 대학만 응시한 사람은 “검정 단원을 뭘 이렇게 과하게 다뤘냐?”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C · D대학만 응시한 사람은 “면접에 대해 뭘 그리 장황하게 설명했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E · F 대학만 응시한 사람은 "학업계획서 반나절만에 써서 내도 별 상관 없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말이다.
잠깐 옆길로 새자면, 평소 내 견해는
① "학점 또는 실력이 충분히 자신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적어도 3개 대학은 지원하는 게 좋다."
(첫 시험[면접]은 긴장해서 망칠 위험이 있고, 가끔은 불가항력적인 사정에 의해 1개 대학은 불합격을 할 수도 있으므로.)
② "전형료가 (아까운 게 아니라) 부담이 된다면 대학원 진학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이지만, 사람마다 가치관이나 여건, 네임밸류에 대한 마지노선이 같은 게 다르니, 1~2개 대학만 응시하는 것도 충분히 합리적일 수 있을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
첫 번째 개선방안으로 생각중인 것은 연세대는 배제하는 것이다. 수업을 들으시는 분들 중 한 학기에 보통 서류합격이 0~1명인데, 굳이 연세대에 대한 고려사항까지 포함해서 수업을 구성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큰 것 같다.
두 번째 개선방안으로 생각 중인 것은 수업 구성에 있어 학교별 가중치를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요 대학들을 골고루 하되, (가) · (나) 대학의 가중치는 1.5배] 의 느낌으로 구성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 (가) 대학 > (나) 대학 >>> 타 대학들] 의 느낌을 섞어서 개선하려 한다.
한 가지 이유는 니즈에 더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선해가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었다.
더 큰 이유 하나는 "문사철 전공으로 미적분학조차 몰라도 4개월 열심히 하면 누구나 (가) 대학도 (나) 대학도 합격할 수 있다" 따위의 말 같지도 않은 약파는 소리가 이젠 아예 사라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말들이 사라짐으로 인해 입시를 준비하는 개개인이 합불 가능성과 리스크를 보다 합리적으로 가늠한 상태에서 입시를 준비할 테니, "지나친 목표 설정 → 느끼지 말았어야할 좌절감"의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 봐도 괜찮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세 번째 개선방안으로 생각중인 것은 일부 내용을 아주 늦게 다루는 것이다. 시험이 빠른 학교와 늦은 학교 사이에는 1.5개월 ~ 2개월 가까이 시간 간격이 있다. 시험이 늦은 학교에 더 적합한 일부 내용은 11월 중순 이후[5월 중순 이후]로 미루는 것이다. 수업횟수가 늘어난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타 대학의 시험을 잘 보신 분들은 안 들으실 테고 또 중간에 합격발표가 나기도 하니깐, 수업횟수가 더 늘어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안 느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다만 이건 계속 보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어떻게 해서든 빨리 끝낼 수 있는 거라면, 굳이 수업 횟수를 더 늘리는 건 잘못된 것이니깐.
2. 질문 시간을 활용하는 것의 불편함에 대하여
이번 수업에서 내가 예상한 것보다 질문이 상당히 적었다. 내가 설명을 잘해서? 내가 자료를 잘 만들어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분명 질문을 하는 데에 꽤나 큰 불편함이 있었던 것이다. 녹화영상의 존재와 자료의 개선이 어느 정도 영향은 있겠지만, 이건 현상의 일부분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이 부분을 모르겠지만 굳이 질문하긴 좀 번거롭고, 나중에 녹화영상으로 확인하지 뭐."
"사소한 질문 딱 하난데, 이것 때문에 굳이 수요일이나 일요일까지 기다렸다가 질문을...? 되게 귀찮네."
"질문을 적는 것조차 되게 번거롭네. 말로 질문하면 편한데, 말로 질문하려면 줌으로 만나야 하는데 줌으로 만나는건 더 번거롭고. 비대면의 한계인가..."
“질문 5개 했는데 3개는 보충자료에 설명이 그대로 있고 1개는 아주 쉬운 거였네. 이런 경험 두어 번 하고 나니 질문을 우선 미루는 것이 현명하게 느껴진다. 질문할수록 자료도 안 보고 바보 같은 질문만 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은데...”
와 같은 생각 흐름이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어떤 식으로 질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첫 번째는 "바보같은 질문,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절대 하지 마시라고 잔소리(?)를 거듭 하는 것 같다.
누구나 아주 쉬운 부분에서 막혀 바보같이 시간 낭비할 때가 있는데, 그런 구덩이는 밖에서는 너무 쉽게 보이지만 안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엄청난 시간 소모를 유발하곤 한다. 당연히 저도 예외가 아니다. 덧셈 대신 뺄셈을 해놓고는 어디서 틀렸는지 찾질 못해 한 시간 두 시간씩 다시 계산하며 헤맸고, 16*5와 15*6을 착각해놓고는 이론적인 부분에서 틀린 접근인거라 의심해 기본 개념부터 다시 복습하느라 반나절을 낭비했고, f(x)=x exp(-x) 를 보고 "지수분폰데 왜 이것저것 유도하면 다른 결과가 나오냐"며 답답해 하기도 했다.
질문에 대해 답변을 들었더니 정말 별것 아니었다고 느껴질 때가 많은데 “바보같은 질문을 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시간을 상당히 세이브했다”라고 생각하셔야 한다.
두 번째는 카톡으로 하는 질문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뭐, 내 나름대로는 그동안 실시간 카톡 질문을 선호하지 않았던 이유가 여러 가지 있기는 했다. "감사합니다, 읽고 다시 고민해볼게요"라는 답장은 "내가 설명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으로 해석되었기도 했고, 카톡로는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느낌을 많이 받기도 했고, 가끔 터무니 없는 진상 질문들도 있었고, 시간 공간적인 제약도 있었고...
But, 내가 이 일로 나아가겠다고 마음을 굳힌 이상, 좋게 개선할 여러 방법들을 마련해내야 할 것이다. 특히, 영상의 활용. 질문을 받는 건 카톡으로 받아도 답변은 영상으로 충분히 자세하게 할 수 있지. 영상은 시공간의 제약을 없앨 수 있지.
이제 내 방향성은 '논문 게재', '공모전 수상', '데이터 엔지니어링 찍먹', '심화된 내용들의 엄밀한 수리적 학습' 같은 게 아니라, '학부~대학원 신입생 수준 내용에 대한 보다 쉽고 통합된 설명', '다양한 학습 보조 매체 활용', '3차원 시각화를 통한 보충 설명', '오탈자 및 중의적 표현 개선', 'Teaching in English', '자주 하는 실수 탐지' 등등이니, 이쪽 방향으로 시간을 들이는 것은 꼭 필요할 것이다. 다음 세대의 교육 방식을 읽어내고 만들어내야 한다. 언제까지고 종이와 문자에 갇혀 있을 순 없다.
질문의 채널과 방식을 확장할 방법에 대한 구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고, 이번 겨울~봄 동안 실제로 해보며 개선해나가겠지만, 이걸로 그치진 말아야지. 계속 고민하면 또 더 좋은 방법이 보일 거다.